본문 바로가기
독서 기록/2023년

2023-29.30. 위대한 유산

by tobepurple 2023. 11. 15.
728x90

*찰스 디킨스
*민음사
 

오래 전 영화로 먼저 접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2023년 11월에 읽었다. 
읽는 김에 영화도 한 번 더 보았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 영화가 원작을 대놓고 많이 각색해서 장점과 단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장점으로는
 첫째, 19세기에 일어난 일을 현대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현대에서 일어난다면 여러 다른 형태를 상상해 볼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을 잘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이 영화와 같은 형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둘째, 독자가 원하는 결말에 대한 환상을 완성해 주었다. 원작의 결말은 핍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고 에스텔러는 재혼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기는 하였지만,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둘의 재회로 끝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이들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안개 밑으로 넓게 펼쳐져 나타난,
고요한 달빛 속의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나는 그녀와의 또 다른 이별의 그림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 
 

셋째, 등장 인물들을 많이 소거하고 주인공의 스토리에만 집중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인간 군상의 다양한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한 찰스 디킨스의 바로 이 작품이 가지는 가치를 많이 훼손했다는 부분에서 단점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단점도 찾아보자. 
 첫째, 흥미로운 줄거리와 인물 묘사가 모두 탁월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데 영화로 표현하려다 보니 많은 부분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원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핍과 허버트의 따뜻한 성품과 두 인물이 나누는 진정한 우정은 영화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다행히 조의 애정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중요한 다른 인물들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재거스, 허버트, 웨믹, 비디 등 작품을 읽으며 마치 내가 핍이 된 것처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 인물들이 영화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둘째, 원작에서 위대한 유산은 처음에는 재물이었다가 나중에는 정신적 유산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핍은 본인의 거짓말로 인해 잠깐의 시련을 겪었을 뿐 승승장구한다.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셋째,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에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부분만 떼어내 만들었다. 마치 커다란 케익을 아주 여러 조각으로 잘라 떼어 내 한 조각만 맛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원작과 영화는 제목과 몇몇 등장 인물의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 한 편 더 만들어 주면 좋겠다.
나는 원작의 인물 중 '재거스'가 마음에 들었다. 아마 재거스의 mbti는 intj가 아닐까?
감정의 개입 없이 마치 AI처럼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내면서 남들이 전혀 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그런 캐릭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