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성공’이라고 하니 뭐랄까, 너무 추상적인 생각이 들어 반대말을 생각해 보았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이다. 국어사전을 보니 성공이란 ‘1. 목적이나 뜻을 이루는 것. 2. 사회적 지위나 부(富)를 얻는 것. ↔ 실패.’라고 나와 있었다.
나는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러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살아온 길을 차근차근 되짚어가 보았다. 우선,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한 번에 입학했고 학교도 중도 탈락하지 않고 제 때 잘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임용고시도 한 번에 붙었다. 물론 발령을 일 년 기다리기는 했지만 그건 임용에 탈락한 동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같은 일 년이라도 레이스를 힘겹게 끝낸 후에 휴식 기간을 갖는 것과 출발선으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같은 길을 다시 뛰는 것과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일 년 다시 뛴 그 동기들은 더 좋은 곳에 시험 보고 발령이 났으니 그들 나름대로는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는 크게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삶도 아닌 그럭저럭 작은 성공들을 이루면서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성공했다고 하면 뭔가 많이 기쁘고, 짜릿할 것 같은데
나의 ‘성공’들을 주섬주섬 주워 보아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건 왜일까?
얼마 전 ‘원더’라는 영화를 보았다. 안면 기형으로 태어나 스물일곱 번이나 수술을 받고 살아난 ‘어기’라는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집에서만 생활하던 어기는 학교에 가서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고 여겼던 아이가 사실은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친구인 척 해주었던 것이었고.. 등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무척 힘든 학교 생활을 해 나간다. 어기는 원래 홈스쿨을 하던 아이였기에 얼마든지 학교를 그만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기는 그러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무사히 한 학년을 마치고 모범상까지 받게 된다. 또, 같은 반 친구들도 이제는 어기를 무척 아껴준다. 어기는 학교 적응에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어기가 혼자의 힘으로만 해 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어기의 부모님과 누나, 누나의 절친까지 어기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가족들이 옆에 있었다. 특히 어기의 엄마는 어기를 낳은 순간부터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스물 일곱 번의 수술을 통해 어기를 살려냈고, 집에서 직접 가르치면서 어기가 올바르게 자라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자 학교라는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고 어떨 때에는 엄하게, 또 어떤 때에는 자상하게 엄마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또, 어기가 학교에 가게 되어 자신만의 시간이 어느 정도 생기자 어기를 돌보느라 몇 년째 미뤄 두었던 논문을 완성한다.
나는 그 동안 누구나 놀라워할 큰 성공만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어기는 학교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내었고 엄마는 어기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학교에 보내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논문도 물론 많이 늦기는 했지만 마침내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마침내 뜻한 바를 모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국어사전은 성공의 반대말을 ‘실패’라고 알려 주지만, 어쩌면 성공의 반대말은 ‘포기’ 일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테니까.
이제 다시 나의 ‘성공’을 이야기 해 보자. 앞서 말했던 나의 성공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남들이 다 가기에, 부모님이 가라고 하시기에 선택한 학교였고 진로였다. 그래서 성공은 했지만 썩 기쁘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 성공한 게 아니라 ‘실패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럼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건 뭐였을까? 우선 나는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 어떤 책임이 주어졌을 때 많이 힘들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나는 앞으로도 남들이 말하는 ‘성공’은 이루지 못할지 모른다. 그런 성공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마음에 품고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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