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2023년

2023-32. 데이비드 코퍼필드1

tobepurple 2023. 12.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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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름이 '비꽃'이다.
글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답게 출판사 이름마다 깊은 의미가 있을 때가 많은데 이 출판사의 이름은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끈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꽃은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튀어 오르며 만드는 꽃'으로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 책은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우연히 시작한 독서 모임은 나의 외면과 내면에 끊임없이 양분과 도움을 주고 있다. 뭔가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갈증을 느낀다면, 독서 모임을 시작해 보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찰스 디킨스는 잘 모르더라도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디킨스는 1812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톨스토이와 도스트옙스키가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디킨스의 작품 중에서도 장편에 속하는데, 자신의 생애를 담은 작품이며 동시에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비꽃'에서 출판한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총 3권이다. 1권의 내용은, 데이비드가 유복자로 태어나던 날 부터 시작된다. 디킨스는 부모님이 모두 계셨으나 그의 소설에서는 유복자이며 10살이 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디킨스의 생애를 보면, 부모가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돌아가신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데이비드가 어린 나이에 갑자기 겪게 되는 공장 생활은 '올리버 트위스트'를 떠올리게 하고 올리버가 양부모를 극적으로 만난 것처럼 이 소설에도 트롯우드 고모님이 등장한다. 고모님은 강하고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의 소유자로 데이비드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훌륭한 신사로 기를 만한 재력과 인맥을 두루 갖추고 있는 분이다. 어린 시절 디킨스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탄생시킨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자신은 친척들에게 트롯우드 고모님의 역할을 했다.
 
실제로 디킨스는 명성만큼 많은 부를 얻었는데 그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친척들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자신의 친척과 아내의 친척, 후에는 자신과 불륜관계였던 나이 어린 애인의 가족까지 그의 수입으로 먹여 살렸다고 하니 트롯우드 고모님이나 올리버의 양부모 만큼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트롯우드 고모님은 버려지다시피 한 데이비드를 최선을 다해 양육하며 후에 파산을 했을 때에도 자신의 재산을 관리한 위크필드나 데이비드에게 단 한 톨의 원망도 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데이비드로 인해 지출이 늘었다거나 맡긴 재산을 잘못 관리한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롯우드 고모님은 돈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고 또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역시 갖추고 있었다. 아! 남편만 빼고.